지난 2019년 12월 G8 ThinQ로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음향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적당히 좋은 제품[각주:1]을 구해서 쓰는 게 보통이었다면, 이제는 Quad DAC가 달린 휴대폰을 쓰는 만큼 조금이라도 제대로 누려보자는 생각에 조금 더 가격대가 높은 이어폰을 찾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당연히 음향 분야에서 보급형을 벗어난 가격대의 이어폰들은 20만원은 물론이고 100만원도 넘어가는 이어폰이 많다보니, 선뜻 고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차이-파이(Chi-Fi)'라고 불리는 중국산 가성비 음향 기기 영역입니다. 처음에는 오늘 리뷰할 수월우 사의 가장 저렴한 커널형 이어폰인 Spaceship을 구매하고자 하였으나, 적당한 시기를 노리던 중 수월우 SSR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모 카페에서 공동 구매가 끝나고 수월우 측에서 QC 문제로 발매를 일시 중단하고, 새 색상을 포함하여 8월 초에 재발매를 하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재발매되는 시점에 새로 추가된 흰색으로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직구하였습니다. [각주:2]

제품 개봉

소문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역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 상자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캐릭터가 싫다기 보다는, 제품이 좋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섣불리 추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측면에는 수월우 영문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구매 당시에는 SSR 제품 페이지가 없었는데, 리뷰 시점에는 다행히 있네요.

66,122번째 제품이라도 되는 것인지 이렇게 상단에는 정체 불명의 숫자도 적혀 있었습니다.

뒷면에는 흔치 않게도 주파수 응답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SSR을 고른 이유이기도 한데요, 저음이 적은 이어폰을 좋아하기 때문에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그래프를 믿고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저가형에서도 이런 그래프를 볼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측정 장비가 없다보니 제조사 제공 그래프와 동일한지, 저가형은 정확히 어떤 응답을 보여주는지 알 수 없어 아쉽습니다.

제품을 열어보면 이렇게 가지런히 들어 있습니다.

다만, 검은 솜(?)의 마감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5만원에 구한 제품에 바라는 것이 많으면 안되긴 합니다만, 털이 날려서 유닛을 닦아야만 쓸만했습니다. 먼지도 잘 달라붙는지 포장이 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하얀 먼지가 군데군데 붙어있더군요.

그리고 그 솜 밑에 있는 작은 상자에는 의외로 파우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꼭 이어폰 케이블이 들어있을 것처럼 생겨서 처음에는 장식인 줄 알았었네요.

이어폰 파우치가 담긴 상자를 제거하고 나면, 이렇게 가지런히 정리된 이어폰이 드러납니다. 3만원대 초저가형(?) 이어폰[각주:3]과 달리 이어팁은 기본 장착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어팁을 따로 사야하는 것은 아니고, 후술하겠지만 파우치에 들어있었습니다.

제품 상자의 맨 밑바닥에는 당시 출시되지 않았던 SSP(Super Spaceship Pulse)에 대한 언급이 있는 설명서와 수월우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파우치 안에는 기본 이어팁이 들어 있습니다. 같은 중국 소재 음향 업체인 원모어와는 달리 5만원대 이어폰임에도 파우치가 들어간 대신 이어팁이 번들 이어폰처럼 작은 지퍼백에 담겨 있었습니다.

파우치는 작아도 SSR이 다 들어가는 구조기는 한데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앞면에 인쇄한 수월우 마크가 뒷면까지 번져 품질이 썩 좋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외형

노즐은 특이하게도 이어팁을 고정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금 두꺼운 편이라 생각보다 고정력이 좋더라고요. 착용 방향은 빨간색 플라스틱 링으로 구분하기 쉽게 유도한 듯한데 너무 색이 튀어서 없어도 되었을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유닛에 음각되어 있기도 하고요.

유닛의 나사 부분에는 금박이 씌워져 있는데, 외부 도장보다 금박이 먼저 벗겨지기 시작해 그 내구성에 대해서는 좀 아쉬웠습니다.

이어팁은 이렇게 6종인데 실제 착용해보니 제게는 평범한 느낌이었습니다. 5만원대로 쿼드비트 4의 원래 정가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네요.

6개월 간의 사용

8월 말 즈음 수령하여 리뷰를 쓰는 현재는 거의 6개월 째에 접어들어 갑니다. 다른 이어폰이 번들 이어폰이거나, TWS거나[각주:4], 초저가 이어폰인지라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써왔던 이어폰 중에는 가장 저와 잘 맞는 이어폰이었습니다.

우선 저는 저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평소에도 EQ 설정을 이용해 고음 강화 프리셋 등으로 맞춰 제품의 저음을 눌러두는 스타일인데, 이 제품은 그럴 필요가 그다지 없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음악 앱과 시스템 EQ 모두 고음 강화로 설정해야만 편안했던 반면 이제는 시스템 EQ만 설정해두어도, 설정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앞서 평가하신 바와 같이, 최소 볼륨은 상당히 작은 편입니다. 가령 번들 이어폰으로 G8 ThinQ의 HiFi DAC 볼륨을 1로 설정해서 듣는다면, 수월우 SSR로는 최소 4에서 평균적으로 6 이상의 볼륨을 맞춰두고 들어야만 했습니다. 차음성이 떨어지는 것도 분명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볼륨 자체가 작은 것 같더군요. 다만 저는 이렇게 작은 볼륨도 좋았습니다. 어차피 75단계 볼륨이라 작으면 올리면 그만이고, 볼륨 1부터 너무 크면 조절하기 곤란하기 때문이어서요.

선명도는 LG 쿼드비트 4보다 약간 더 좋은 수준으로 느꼈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5만원대로도 이렇다면 더 비싼 제품군은 어떤지 기대가 되더군요. 어쨌든 덕분에 쿼드비트 4 단종으로 인한 아쉬움을 많이 달랠 수 있었네요.[각주:5]

총평

水月雨
Super Spaceship Reference

장점

  • (적어도 제게는) 딱 맞는 음향 성향
  • (적어도 제게는) 딱 맞는 디자인과 색상
  • 케이블 교체가 가능한 구조
  • 파우치 기본 제공

단점

  • 떨어지는 도색 내구성
  • 아쉬운 포장 QC(?)

총점: 4.9 / 5.0 - 만족스러운 첫 중저가(?) 음향기기

음향 전문가가 작성한 글이 아니므로 오류가 많을 수 있습니다. 댓글 및 트위터 DM으로 알려주시면 빠르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예를 들면 지금은 단종된 쿼드비트 4라던가... [본문으로]
  2. 다만 수월우 제품은 앵키하우스 측의 공식 수입으로 인해 알리 익스프레스 직구가 막혀있는데요, 수월우 직영이 아닌 몇몇 공식 셀러들이 수입 재개 이전에 잠시 한국 배송을 풀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제품도 수입 재개 이전에 구매하였기에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으며, 앵키하우스 수입 재개 직후에 이렇게 풀려있었던 지역 제한도 다시 막혀 이제는 공식 수입처 및 구매 대행 서비스로만 구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이미 만원도 하지 않는 이어폰을 리뷰한 시점에서, 초저가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4. Jabra Evolve 65t, LG TONE Free [본문으로]
  5. 여기서 쿼드비트 4는 저음 위주 아니냐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텐데요, 그 점이 아쉬워서 최대한 EQ로 눌러놓고 쓰기는 했습니다. 단종되기 전까지는 다른 이어폰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본문으로]